경찰, 거듭되는 초동대처 '헛발질'…가장 안전한 나라? 누가 믿을까

입력 2021-11-23 00:37   수정 2021-11-23 00:38

2019년 1월 서울 암사동에서 10대 두 명이 서로 흉기 난동을 부렸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함께 절도를 저질렀는데, 한 명이 경찰에 범죄를 실토한 데 격분해 흉기를 들었다. 이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데에는 사건 자체보다 경찰의 영향이 더 컸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이들은 멍키스패너로 위협을 가했다. 문구용 칼을 든 채 경찰을 노려보며 담배까지 피웠다. 경찰이 뒤늦게 테이저건을 꺼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코미디 같은 광경을 현장에 있던 시민 수십 명이 목격했다. 유튜브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기까지 했다. 미숙한 초동 대처가 사회적 비판을 받자 이때 경찰이 마련한 게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과 방법’이다.

2년10개월이 지난 지금, 이 매뉴얼은 제대로 작동될까. 최근 벌어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을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지난 15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칼부림이 일어났다. 출동한 경찰관은 이를 목격하고도 현장에서 벗어났다. “다른 경찰관에게 지원을 요청하려고 했다”는 이유를 댔다.

테이저건, 삼단봉 등 범인을 제압할 만한 무기를 소지했는데도 그랬다. “군인이 전쟁터를 떠난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19일에는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마트워치로 긴급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경찰이 엉뚱한 장소로 간 바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의 초동조치 논란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6개월 여아를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 한강에서 실종된 ‘고(故) 손정민 씨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같은 이유로 비판받았다. 이들 사건의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비판 지점은 하나다. 경찰이 초기 대응을 못해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는 것이다. 공권력에 대한 권위의 추락은 더 우려스럽다. “누군가 날 위협할 때 경찰이 지켜줄 것”이란 믿음이 시민 사이에서 희미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경찰은 올해 숙원이었던 수사권을 70년 만에 가져왔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우려 속에 경찰이 ‘치안’이라는 기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되레 경찰이란 존재의 중요성을 철저하게 의심받는 지경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경찰을 못 믿겠다” “내 몸은 내 스스로 지키겠다”는 게시물이 끊이지 않는 게 실상이다. 행여 경찰이 ‘인터넷 여론일 뿐’이라며 가볍게 넘긴다면 권위와 신뢰는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김창룡 경찰청장)는 다짐이 무색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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